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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침의 발자취를 따라가요
광복 80주년 기념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향수: 고향을 그리다》 관람 후기 본문
덕수궁 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왕왕 전시가 열립니다
이번에는 광복 80년을 맞이해서
고향을 주제로 한 4부 전시가 기획되었어요

덕수궁 돌담길은 유명한 데이트코스!
전시까지 둘러보면서 주말에 멋지게 데이트할 수 있죠
오늘 소개해드리는 전시는 덕수궁 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향수: 고향을 그리다>에요
덕수궁은 입장료가 1000원입니다
(참고: 24세 이하, 청소년, 한복 입으면 무료 입장)
결제하고 안쪽으로 끝까지 걸어들어와야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전시 입장료도 별도 2천원이 들기 때문에
총 입장료는 3천원이에요
현대미술관 입구에서 결제 가능합니다
학예사 자격증 소지자나 청년까지는
전시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에서 현대까지
'고향'을 주제로 각 시대의 표정이 담긴
한국의 풍경화를 살펴보는 전시였어요

향토, 애향, 실향, 망향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통해
고향의 상실과 재발견, 분단과 전쟁이 낳은 이산,
폐허 위에서의 생존과 재건의 희망을
되새겨보고자 했습니다
제1부: 향토(鄕土) 빼앗긴 땅

조선미술전람회는 1922년부터 시작해
수많은 화가들의 등용문이 되었습니다

전람회 출품작 대다수가 풍경화였는데요
화가들은 우리 자연 고유의 색채와 형태를 관찰하고
주변 일상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전시에는 작품과 함께
저항시인들의 시도 함께 걸려있었어요

이번 전시에서 마음에 쏙 들어왔던 작품 중 하나는
바로 김인지 작가의 애(涯)였습니다
거친 질감의 높은 절벽과 그 아래에서 빨래를 하는
작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동감이 느껴졌거든요
1935년 제14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된 작품입니다
김인지 작가는 서양화부문에서 입선하면서
최초의 서양화가로 이름을 알립니다

그림 속 거친 돌과 물살의 느낌은
두껍게 쌓인 물감과 굵고 힘 있는 붓질로
표현되어있는 거 보이시죠?
이런 거침없는 붓질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도 장엄한 절벽이 보여주는
위엄에 압도감이 들었습니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쓴 장문의 글도
이번 기회에 발견할 수 있었고요

기획 전반적으로
공간 배치나 색감의 사용이 눈에 띄었어요
각 4가지 주제에 맞춘 테마별로
전시관의 색상이 달랐습니다

암울한 시기를 표현할 때는 어두운 전시면을,
희망적인 부분에서는
밝은 벽과 바닥으로 분위기를 표현해뒀더라구요

영상자료원의 영상과 사진들도 눈에 들어왔는데요
색이 없는 흑백자료인데도
마치 생생하게 그때의 모습을 보는 것같았어요

또 다른 인상적이었던 작품입니다
최근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편집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이 그림은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던 작품이라 골라봤습니다
큰 절벽을 가운데에 배치하고 강조해서
한 눈에 들어오도록 하고
가장자리에 서사를 부여하는 그림이 독특했어요

암울한 조국의 현실 앞에서
마음 속에 간직했던 평화롭고 아름답던 고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문인들에게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자 상실된 정체성이었어요

하지만 '고향'은
단지 태어난 장소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지나간 시간과 마음의 안식처,
향토와 조국, 이상향, 영원한 그리움의 공간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서정적인 묘사와
색감을 쓴 작품도 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2부: 애향(愛鄕) 빼앗긴 땅

2부의 전시는 광복 후 우리 미술이 직면한
일재 잔재 청산이 어떻게 작품에 표현되는지
다양한 형태의 화풍을 보여주었어요
특히 전시 시작 벽면 옆쪽에는
광복의 순간을 스케치한 그림으로 시작했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눈에 더 들어온 그림인데요
나란히 올라가있는 강대국의 국기들을 보며
온전한 광복이란 뭐였을까,
작가는 고민을 유도한 걸까,
생각을 하며 전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광복 직후 국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지면서
지역을 그린 산수 풍경화가 유행합니다
실험적인 색감의 배치도 눈에 띄었지만
작품과 함께 걸려있는
작가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어요
눈만 뜨면 이가 시리도록 쳐다본 남해바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우리들의 땅덩어리
저더러 색채화가라고 부르는 것은
내가 본 가장 극면한 느낌을
색으로 옮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색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여러차례
바다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을지
단박에 느껴지는 문장이었어요
예술은 연결되어있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시를 보고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었어요
저는 이해하고 해석하기 조금 어려웠지만
세상 사는 게 다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받으면서 얽혀있는거구나 싶었습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죠
저는 문신 작가가 그린
'뒷산과 하늘(언덕-구름B)'가 그렇게 느껴졌어요
색을 배치하고 휙 그려넣은 붓질에서
경쾌함까지 보였어요
전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변시지 작가의 이 작품이 기억에 남네요

고향 제주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견한
폭풍의 화가라는 이름이 붙은 작가인데요
제주도에서 느꼈던 바람의 강도, 사람들이 생각나서
사랑하는 고향을 화폭에 옮기려고 시도하는
마음을 엿보고 온 것 같았어요
재밌던 추상 작품도 있었습니다

산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저는 왼쪽 그림이 나뭇잎처럼 보였어요
산은 사실 수많은 나뭇잎도 중요한 요소잖아요
산과 같은 크기로 나뭇잎을 배치해둔 게
'산이 뭐냐!' 질문하는 것 같아 재밌었어요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6.25 전쟁이 발발합니다
한국 사회는 혼란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피란지에서도 예술인들은 계속 그림을 그렸어요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거나
페허의 전경을 예술적인 시선으로 그려냈죠


6.25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간 이도 있었지만
결국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그린 작품들과 문장들도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어두운 색채, 거친 붓질,
형태의 해체나 분할로
고통의 기억을 표현했어요
전쟁의 경험을 돌이켜 충격과 공포를 직면하고
창작으로 그것을 상쇄시켜 나갔습니다

전쟁의 시기였던만큼
어둡게 표현된 전시관이었어요
이제 마지막 전시관으로 향합니다
제4부: 망향(望鄕) - 그리움의 땅

분단이 고착화되고 이산이 장기화됩니다
고향의 모습은 실재에서 원풍경으로 회귀해요
돌아갈 수 없고 잊혀 가는 고향은
결국 원초적 낙원으로 회귀하는 것이죠

분단의 디아스포라는
실향민이라는 집단의식으로
더 강한 유대감을 만듭니다
전시의 끝에서 눈을 사로잡았던 작품은
바로 이 그림이었어요

서양화의 강점을 차용하고
향토적 색채는 드러내는 방식이다 싶었어요
특히 굵직한 필치가 꼭 수묵화같아서
어떻게 저렇게 표현하셨지? 궁금했습니다
같은 작가 작품인데 아래 그림은
느낌이 또 전혀 다르죠

과감한 붓 터치가 보입니다
하지만 허투루 긋지 않고
선 하나하나 신경 쓴 티가 나요
전시를 마치고나면 활동을 할 수 있어요
나에게 고향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입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어요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림과
잔잔하게 오래 기억에 남은 편지


전시를 다 보고 1층으로 내려오면
기념품샵이 있어요

이번 전시는 굿즈가 많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 엽서가 있으면 소장하는데
이번 전시는 엽서로 만들어진 작품이
딱 6점뿐이었어요 흑

이외에도 전시와 관계없이
상시 판매하는 국현미 굿즈들

매우 귀엽습니다

전시 다 보고나면
덕수궁 입구로 나와서 돌담길 따라 걸을 수 있어요
정동길에 예쁜 카페가 많으니
날 선선하고 좋을 때 슬슬 방문해보세요